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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인터뷰

동문 INTERVIEW

"영혼을 위로하는 목소리" 국내 최초로 프랑스 가곡만 담은 CD 선보인 소프라노 강경이 동문

  • 조회수 95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5-09-12
  • 소프라노 강경이 동문(성악과 98) 인터뷰



"당신의 목소리는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는 힘이 있어요."


2015년 벨기에 유럽연합 한국문화원 초청독창회에서 한 노신사가 강경이 동문(성악과 98)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말에 힘입어 그는 국내 최초로 프랑스 가곡으로만 구성된 CD <Clair de Lune 달빛>을 발매했다. 


성악가이자 공연 기획자, 교수로 여러 방면에서 활약 중인 강 동문은 29년간 무대와 삶을 노래하며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만들어왔다. 노래는 할수록 어렵지만 아직도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강 동문의 진솔한 이야기를 숙명통신원이 들어봤다.


1. 처음 성악을 시작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어려서부터 노래하는 것을 좋아해서 학교 합창단, 교회 성가대 활동을 했어요. 중학교 3학년 때 음악 선생님이 예술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성악을 전공하는 것을 권유해 주셨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요즘 시대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그 후 고등학교 때 음악 선생님이 점심시간마다 호출하셔서 아버지 허락을 받았는지 확인하시고, 강제적으로 권유해 주신 끝에 2학년 겨울방학부터 본격적으로 성악을 시작했습니다. 무대 경험이 중요하다고 일부러 저를 위해 합창제에서 특별 순서를 만들어주기까지 하셨죠.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성악을 시작할 수 있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강경이 동문은 숙명여대 성악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국립음악원 성악과정과 최고연주자 과정을 졸업했다. 프랑스 3대 극장 중 하나인 살 플레옐(SALLE PLEYEL) 초청 연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 음악회 등 국내외 주요 공연에 참여했다.


2. 성악을 시작한 지 올해로 29년째입니다. 오랜 기간 지속할 수 있었던 성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unique'라고 생각해요. 사람의 숫자만큼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합니다. 몸을 악기라고 하는데, 우리가 노래할 때 사용하는 몸의 기관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많아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그것들을 사용해 소리가 좋아지는 경우도 있거든요. 하면 할수록 어려운데, 신기하고 재미있는 점도 가득합니다.



3. 많은 관객 앞에서 노래하기 직전이 가장 떨릴 것 같아요. 무대에 오르기 전 하는 동문님만의 습관이 있나요?


제가 믿고 있는 종교의 힘을 빌려요. 최선을 다하고도 제힘으로 할 수 없는 부분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안정시켜요. 그 외에 현재 다른 습관은 없어요. 처음부터 없었던 것은 아니고요. 경험과 시간이 쌓이고, 삶이 녹아내리면 그냥 하게 되더라고요. 교통사고로 입원 치료를 받고도 한 달 만에 독창회를 한 적도 있어요.


4. 올해 4월 '제21회 소프라노 강경이 독창회'를 마쳤습니다. 현재까지 수많은 독창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2015년 벨기에 유럽연합 한국문화원 초청 독창회는 전석 매진에 관객이 모두 외국인이었습니다. 한국 가곡을 번역 없이 불렀었는데, 애프터 파티에서 한 노신사분이 하신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당신의 목소리는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는 힘이 있어요. 계속 노래해 줘요. 그런데 당신의 음반은 왜 찾을 수 없나요?" 그분 말씀 덕분에 큰 힘을 얻고, 한국으로 돌아와 프랑스 가곡으로만 구성된 CD <Clair de Lune 달빛>를 발매할 수 있었습니다.


5. 현재 소프라노로 이뤄진 이피오리 앙상블의 음악감독과 공연기획사 투트 라 무지크의 대표도 맡고 있는데요. 원래부터 음악감독이나 기획 쪽에도 관심이 있었나요?


이피오리 앙상블은 저와 같이 노래를 배운 사람들이 모여서 노래도 하고, 봉사도 하는 단체입니다. 함께 하니 서로에게 힘을 얻고, 무대에도 설 수 있었고, 제가 실무도 하다 보니 음악감독도 겸하게 됐네요.


귀국 후 많은 음악회를 하면서 대한민국에서 음악가로 사는 일이 생각과는 달랐고, 고민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그러던 중,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이 학교 밖에서 무대에 서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고, 학생들이 기회를 더 얻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획 일도 시작했습니다.


6. 동문님은 '성악'하면 떠오르는 다양한 유럽 국가의 무대와 교육 환경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타지 생활이 순탄치만은 않으셨을 텐데요. 유학 시절의 어려움을 극복하게 만든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제가 프랑스로 입학시험을 보러 갔었을 때 가장 힘들었어요. 그때 입학을 못 하면 노래를 완전 그만두기로 아버지랑 약속했었거든요. 남들보다 늦게 시작하고 체화 속도도 느린 저에게 노래는 한 번이라도 잘 해보고 싶은 것이었어요. 그렇기에 예전에도, 지금도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노래를 하는 것이 노래를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오히려 어떤 위치에 오르고 싶다거나, 돈을 많이 벌고 싶다거나 했다면 오래 못 했을 것 같아요.



7. 숙명여대 재학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을 소개해주세요.


"우리처럼 무대에 서는 사람들은 반드시 인생에 한 번은 자기의 무대가 온다. 누구는 빨리, 누구는 늦게, 그런데 그 무대를 서는 사람은 언제 올지 모르는 그때를 위해 끊임없이 준비하고 공부하는 사람이야. 아주 지루한 시간을 보내야 하지."


미래에 관한 생각이 가장 많아지는 4학년 때 전공 수업에서 수업 전 교수님이 해주신 말씀이에요. 그 당시 부족했던 제가 계속해서 공부하고 도전할 수 있게 해줬죠. 여전히 제 마음에 깊이 남아 저도 학생들에게 이야기하곤 합니다.


8. 국내외 무대에서 활발히 활약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소프라노로 자리 잡은 동문님을 보며 꿈을 향해 나아가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누가 이런 우스갯소리를 하더라고요. 자기는 'SM' 하면 세계적인 K팝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를 떠올리는데, 너는 숙명을 떠올리냐고요. 뒤집어서 생각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SM' 하면 기획사보다 숙명이 먼저 떠오르게 하는 것은 정말 허황한 생각일까 하고요. 규모나 매출액 같은 숫자로 모든 것이 줄 세워지는 세상의 기준 앞에서, 소중한 가치와 의미 있는 발걸음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마음을 붙잡을 수 있는 숙명인으로 인정받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23기 이민지(문헌정보학과 23), 이세은(독일언어·문화학과 24)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