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스포츠, 여성 진행자의 새로운 길을 열다, MBC 아나운서 이선영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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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5-07-11
- MBC 아나운서 이선영 동문(경영학부 07)
"우리의 삶에 정해진 타임라인은 존재하지 않아요. 각자만의 시계가 있을 뿐이죠"
회계법인 컨설턴트에서 MBC 아나운서가 되기까지,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온 이선영 동문(경영학부 07). 순서만 조금 달랐을 뿐, 이선영 동문은 '진정성'이라는 삶의 철학으로 새로운 커리어를 개척했다.
지금은 시사 라디오 '정치인싸'와 스포츠 프로그램 '웰컴 투 스포츠'를 진행하며 여성을 향한 선입견을 깨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MBC 대표 아나운서로 자리 잡은 이선영 동문의 이야기를 숙명통신원이 들어봤다.
1.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MBC 이선영 아나운서입니다. 현재 MBC 라디오 정치·시사 프로그램 '정치인싸' 등을 진행하고 있고요. 2007년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에 입학해서 2015년에 졸업했습니다.
2. 아나운서가 되기 전 회계 컨설턴트로도 근무했는데요. 이 경험이 현재 언론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궁금합니다.
딜로이트 안진 회계법인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한 1년이 저의 첫 사회생활 경험인데요. 컨설팅 업무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고 체력적으로도 부치지만, 운 좋게 좋은 팀원들을 만나서 제게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답니다.
그 당시 하나의 팀 안에 녹아들어 제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을 배울 수 있었는데요. 개인 역량보다는 동료들과 함께하며 빛나는 법을 처음 배운 곳이고요. 최고의 역량을 내려는 동료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디서든 매사 진정성 있게 업무에 임하는 기본 태도를 갖추도록 해줬습니다.
3. 언론 분야로 진로 전환을 결심하게 된 계기나 있나요?
회계법인 컨설턴트는 일할 땐 사람도 좋고 일도 멋있었지만, 정말 내가 원하는 게 맞는지 그제야 생각하게 됐고, 뒤늦게 언론사 준비를 했습니다. 보통은 취업 전에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해보고 그에 맞는 진로를 택하는데 저는 그 순서가 좀 뒤섞였죠.
4.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쳤는지 소개해주세요.
저는 딜로이트를 다니면서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했는데요. 컨설턴트 직무가 퇴근이 늦는 편이라 새벽 3~4시에 퇴근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필기시험을 준비할 때 체력적으로 부치고 시간도 부족해서 다른 사람들에 비해 준비할 여력이 부족했습니다. 이를 깨달았을 때, '내가 배수진을 치고 아나운서 시험에만 몰입해야 하겠구나' 생각하고 퇴사를 했어요. 퇴사가 아나운서 준비에 가장 큰 결심이자 준비였습니다.
5. 그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은 무엇인가요?
아침 메인 뉴스인 '뉴스투데이'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저는 뉴스 앵커들을 동경하며 뉴스 진행을 늘 꿈꿔왔었는데요. 입사 당시에는 경험이 전혀 없던 터라 바로 앵커가 될 수는 없었어요. 입사 이후에도 리딩 등 뉴스 진행 연습을 놓지 않았고 결국 '뉴스투데이'의 앵커가 될 수 있었어요. 그때가 제 아나운서 인생의 가장 큰 방점이었고, 앵커로서의 정체성을 뿌리내린 시점이었어요.
제가 진행을 맡은 동안 나라에 큰일이 많아서 특보를 자주 했는데요. 속보 상황을 바로바로 전달하는 뉴스는 사실 앵커라도 흔치 않은 경험이거든요. 시청자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순간에 뉴스를 전한다는 일은 정말 책임감이 필요했고, 그 때문에 2년 간의 앵커 활동이 더 특별했습니다.
6. '정치인싸'처럼 무게감 있는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사실 '정치인싸'는 다른 정치 프로그램에 비해 가벼운 포맷이에요. 농담도 주고받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분위기거든요. 다만 소재가 정치라서 무겁게 느껴지는 거죠. 제가 이 프로그램을 맡을 때 어려웠던 점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경험의 차이였어요. 정치 프로그램을 젊은 연차의 아나운서가 맡은 것은 MBC를 포함해 공중파 매체에서 첫 시도였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게다가 전임자는 저보다 10년 이상 연차가 많은 선배여서 그 노련함을 따라잡기 어려웠죠.
둘째는 시청자들의 선입견이었습니다. 정치 프로그램은 보통 남성이 진행하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젊은 여성이 중심을 잡으니, 시청자들도 어색하게 느꼈던 것 같아요. 그 분위기를 제 색깔로 만드는 데 1년 이상 걸렸어요. 요즘에는 정치 유튜브가 많이 생기면서 여성 진행자도 정말 많아졌더라고요. 그 선입견을 깨는 마중물 역할을 제가 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해요. 꼭 그런 게 아니더라도, 정치·시사 프로그램은 곧 중후한 남성 진행자가 한다는 선입견이 깨져가는 흐름 속에 제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하고, 그런 의미에서 이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이 큽니다.
7. 현재 진행 중인 '웰컴 투 스포츠'는 다른 프로그램과 어떤 차별점이 있나요?
웰컴 투 스포츠의 '더비더비' 코너는 처음부터 '이선영'이라는 캐릭터를 중심에 두고 만든 콘텐츠라 의미가 있어요. 여야 패널들과 이야기하는 '정치인싸'처럼, 스포츠 프로그램도 대립하는 의견을 가진 전문가들이 토론하는 형식으로 만들어보자고 제작진이 기획했죠.
기존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여성 앵커가 중심이 된 특이점을 가진 프로그램이지만, 한편으로는 여성 전문가가 없다는 점이 아쉬워요. 핵심 정보를 말하는 사람이 모두 남성이라면 결국 기존 포맷을 벗어나지 못한 게 아닌가 싶어요. 이런 한계를 개선할 수 있도록 제작진과 소통하기 위해 더 노력하고 있습니다.
8. TV와 유튜브를 모두 경험한 입장에서 각각의 매체에서 어떤 차이점을 느꼈나요?
지상파 텔레비전은 시청자들이 요구하는 공적 책임감이 있습니다. 그 기준에 맞는 방송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지상파의 의미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보편적 시청권을 지키며 모두를 위해 방송을 한다는 자부심이 매력이에요.
반면 유튜브는 시간과 방식이 자유롭고 소통이 더 원활해요. 오히려 유튜브 덕분에 기존 TV 콘텐츠들이 더 넓게 퍼질 수 있게 됐고요. 지금은 매체 간 벽이 허물어져서 지상파 언론인으로서 지켜야 할 책임만 인지하고 있으면 매체가 무엇이든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9. 동문님이 생각하는 언론인의 자질은 어떤 것인가요?
8년 차 언론인인 제가 언론인의 자질을 정의하기에는 아직 제가 여물지 않아서, 손석희 앵커의 말씀을 빌리고 싶어요. 손석희 앵커는 늘 후배들에게 '문언서판(文言書判)'을 강조하시는데요. '문(글을 읽고)', '언'(말하고)', '서(쓰고)', '판(판단하라)'의 약자예요. 언론인이라면 늘 뭔가 읽고, 말하고, 써 봐야 하며, 바른 판단이 있어야 한다는 말씀이에요. 문언서판의 방향은 각자의 것이겠지만, 적어도 늘 '문언서판' 해야만 세상 이야기를 곧게 전할 그릇이 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했어요.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언론인이라는 구분도 자기가 정의하기 나름이 된 것 같아요. 확실하게 취재된 것만 보도하자는 '보도 윤리'같이 변하지 않는 기본은 있지만, 어떤 언론인이 될 것인가는 자기가 정하는 거죠. 언론인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나는 어떤 언론인이 되겠다'라는 정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관점은 끊임없는 '문언서판'으로 단련되는 것이겠죠.
10. 지금의 커리어를 이루기까지 계속 도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태도는 '진정성'이에요. 어떤 일을 할 때 못하는 것보다 나쁜 것은 대충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못할 수 있어요. 잘하고 못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몰입해서 진정성을 가지느냐가 중요하죠.
사람마다 타고난 차이는 있을 수 있잖아요. 어떤 사람은 더 좋은 배경을 가지고 더 똑똑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을 때. 그렇더라도 같은, 또는 그 이상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거든요. 그 힘이 바로 '진정성'이라 생각해요. 진정성을 뜯어보면 성실함도 있고, 노력도 있고, 끈기도 있죠. 진정성을 가진 사람에게서만 보이는 에너지원이 있거든요. 진정성을 발휘하려면,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일을 찾는 게 결국에는 답인 거죠.
11. 인생의 큰 전환을 겪고 자신만의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는 동문으로서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숙명여대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전하고 싶나요?
준비 과정에만 몰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뭔지 고민하는 시간이 대학 4년에서 가장 중요한 것 같거든요. 저는 '경영학과에 갔으니까, 회계사가 돼야지' 하면서 8년을 준비했어요. 결과적으로는 그 경험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줬지만, '나는 뭘 하고 싶을까?', '나의 재능은 뭘까?' 이런 고민을 더 해봤다면 지금의 모습을 더 빨리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있어요. 대학 때는 '나는 어떤 걸 할 때 가장 빛나는 사람일까'를 고민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보이지 않게 정해놓은 타임라인이 있어요. 스무 살에 대학을 가야 하고, 스물다섯쯤에는 졸업해야 하고, 여성의 경우 그 전에 취업해야 하고…. 그런 것이 보이지는 않지만 존재하잖아요. 뒤처지는 순간 나만 늦어진 것 같고 조바심이 나죠. 하지만 제가 느낀 것은, 내가 가기로 한 곳만 정확하게 정해놓으면 늦은 건 없다는 거예요. 어떤 사람은 11시에, 어떤 사람은 1시에 밥을 먹는 것처럼, 각자의 시계가 있을 뿐이니까요.
취재: 숙명통신원 24기 이서영(미디어학부 24), 홍신영(문헌정보학과 24)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