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어렵지 않아요" 일상 곳곳 클래식 소개하는 크리에이터 문수미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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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5-04-25
- 유튜브 '숨쉬는 예술' 문수미 동문(성악과 15) 인터뷰
"클래식? 지루하지 않나?"
"클래식은 좀 낯설어"
많은 사람이 클래식에 거리감을 느끼지만, 클래식은 생각보다 일상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영화 '설국열차'에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블랙핑크의 'Shut Down'에는 라 캄파넬라가 쓰였다. 클래식은 단순한 고전 음악이 아니라 일상에 설렘과 몰입감을 선사하는 예술인 셈이다.
성악과 출신의 문수미 동문(성악과 15)은 무대 위가 아닌 온라인에서 클래식의 매력을 쉽고 재밌게 전하고 싶었다. 그렇게 정통 클래식이 아닌 '일상 속 클래식'에 초점을 맞춰 유튜브 채널 '숨쉬는 예술'을 개설했고, KBS 유튜브 채널 '크랩'의 클래식 콘텐츠 '음(音)밀한 탄생'으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일상에 클래식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알찬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문수미 동문의 이야기를 숙명통신원이 들어봤다.
성악과 4학년 졸업연주회 모습.
1. 성악을 전공하고 크리에이터가 된 점이 독특한데요. 클래식을 소개하는 콘텐츠 제작자가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저는 중학교 2학년 때 성악을 배우기 시작했는데요. 당시 든 생각은 '뭐 이렇게 알아듣기 어려운 음악이 다 있나' 였어요. 성악이 너무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거든요. 그러던 중, 오페라 아리아나 가곡을 부르며 자연스레 클래식에 빠지게 됐고, 제가 느끼는 클래식의 매력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과거에는 성악가로서 무대 위에 서서 클래식의 매력을 전하고 싶었지만, 제 적성에는 영상을 만들어 클래식을 소개하는 일이 더 잘 맞는다는 것을 깨닫고 콘텐츠 제작자의 길을 선택했어요.
2. 그렇다면 동문님이 생각하는 클래식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 리스트의 <사랑의 꿈>을 들으면 마치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가슴이 두근거리며 설레는 감정이 느껴져요. 차이콥스키의 <비창>을 들으면 마치 이별한 사람처럼 우울하고 비통한 감정이 밀려오죠.
물론 음악이 하나의 감정만 전달하는 것은 아니지만, 곡마다 전반적으로 흐르는 분위기가 있고 이를 온전히 오감으로 느껴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같은 곡이라도 듣는 사람의 상황과 감정에 따라 다르게 다가온다는 점도 클래식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그 덕에 쉽게 질리지 않고 들을 때마다 새로운 감정을 느껴볼 수 있죠.
3.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곡이 궁금합니다.
말러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를 가장 좋아해요.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 사용되면서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곡인데요.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이렇게 애틋하고 슬픈 음악이 있을 수 있나?' 싶었어요. 그런데 작곡 배경을 찾아보니 말러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작곡한 곡이더라고요. 그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어요. '비극'이 아니라 '사랑'을 담은 곡인데 이렇게 슬플 수도 있구나 싶었거든요. 그때부터 말러에 대해 더 깊이 알아봤고, 그의 삶이 비극적으로 흘러갔다는 걸 알게 되면서 이 음악에 완전히 빠져버렸죠.
4. 개인 유튜브 채널 '숨쉬는 예술'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정통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은 꽤 있지만, 일상 속 클래식을 소개하는 채널은 별로 없어요. 그렇게 다른 채널과 차별성을 가지면서 더 많은 사람에게 클래식을 흥미롭게 전하고자 했습니다. 채널명 '숨쉬는 예술'은 제 이름 '수미'에서 따온 '숨'과 클래식은 숨 쉬듯이 일상 속 가까이에 있다는 의미를 담아 정했어요.
'클래식이 흐른 이유' 시리즈.
5. K팝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클래식을 소개하는 시리즈 '클래식이 흐른 이유'는 철저한 자료 조사와 날카로운 통찰력이 돋보여요. 이 시리즈의 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을 소개해 주세요.
먼저 K팝이나 영화, 드라마에 나온 클래식 음악을 찾고, 전공 서적과 논문을 통해 곡 정보를 조사해요. 해당 매체에 클래식이 사용된 이유를 개인적으로 해석한 뒤 클래식의 서사와 잘 엮어 내용을 구성합니다. 그 후 내레이션을 녹음하고 편집 단계로 넘어가요. 한 영상을 제작하는 데 짧으면 4~5일, 길면 2주 정도 소요돼요.
6. KBS 유튜브 채널 '크랩(KLAB)'의 클래식 시리즈 '음(音)밀한 탄생'도 직접 제작했다고요.
당시 크랩(KLAB)에서 역사, 과학 등 다양한 주제의 시리즈 영상을 제작하는 것을 보고 클래식도 흥미로운 주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크랩 측에 제 개인 유튜브 채널 '숨쉬는 예술'을 포트폴리오로 제출하며 클래식 시리즈 영상 제작을 제안했습니다. 다행히 제 영상을 좋게 봐주셔서 제작 권한을 전적으로 맡았고, 그렇게 '음(音)밀한 탄생'을 제작하게 됐어요.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클래식을 소개해 보자는 취지로 제작했는데요. 세탁기 종료음이나 학교 종소리처럼 우리가 익숙하게 듣던 소리 중 클래식에서 온 경우가 많다는 접근에서 시작했어요.
7.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영상은 무엇인가요?
'디지몬을 살린 이 음악, 들으면 머릿속에서 자동 재생되는 이유?'입니다. 이 곡이 왜 중독적인지 알아보기 위해 KBS 교향악단 연주자를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실제 연주하는 모습을 촬영했어요. 단순히 영상 자료를 보여주는 것보다 실제 연주를 들려줬더니 시청자들의 반응이 훨씬 좋았죠.
그중 '클래식에 관심 없었는데 영상 재밌게 다 봤다'라는 댓글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연주자를 섭외하고 인터뷰하기까지 과정이 힘들었지만 가장 보람찬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참고로 영상에서 다룬 음악이 라벨의 <볼레로>라는 곡인데요. 도입부를 들어보시면 '아, 이 곡이었어?'하고 바로 알아채실 거예요.
'디지몬을 살린 이 음악, 들으면 머릿속에서 자동 재생되는 이유?' 영상과 댓글.
8. 콘텐츠를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어떻게 하면 클래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을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성악을 전공한 저도 클래식이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은데, 비전공자분들은 당연히 더 어려울 수밖에 없겠죠. 스크립트를 쓸 때부터 어려운 음악 용어나 표현을 최대한 쉽게 풀어내려고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fliessend'라는 음악 용어를 뜻 그대로 '흐르듯이 연주하라'라고 하기보다 '이 음악을 들으면 마치 파도처럼 출렁이는 느낌이 들죠'처럼 듣는 사람의 관점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려고 해요.
9. 크리에이터로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궁금해요.
열심히 만든 영상이 기대만큼 반응을 얻지 못할 때 가장 힘들어요. 어떤 영상은 제작하는 데만 2주 이상 걸릴 때도 있는데, 조회수가 낮거나 반응이 좋지 않으면 힘이 빠지죠.
이럴 때마다 콘텐츠 제작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되지만 결국 제가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금방 극복할 수 있어요. 물론 저도 사람인지라 조회수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감정에 휩쓸리기보다는 차분히 원인을 분석하려고 합니다. 섬네일과 제목을 더 매력적으로 바꾸거나 영상 구성 방식과 편집 스타일을 조정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죠.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채널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믿고 즐기려고 해요. 제가 좋아하는 일이니까요.
10. 최근 클래식 입문서 『클래식이 이토록 가까울 줄이야』를 출간했어요. 어떤 내용을 담은 책인가요?
'클래식 입문자들은 어떤 점을 궁금해할까?', '어떻게 하면 클래식에 더 친숙해질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이 책을 집필했어요. 클래식 기본 상식과 용어를 설명하고,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대중문화(K팝, 영화, 드라마, 문학) 속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11. 목차 중 <Part 4. 클래식에 매료된 당신에게 필요한 공연장 상식>이 눈에 들어와요. 이 인터뷰를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도 클래식 공연장 상식 몇 가지를 소개해주세요.
우선, 박수는 곡이 완전히 끝난 뒤에 치는 게 기본 에티켓이에요. 오케스트라 공연에서는 여러 악장으로 이뤄진 교향곡을 연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는 전 악장이 모두 끝난 뒤에 박수를 쳐야 해요. 헷갈린다면 지휘자가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일으켜 인사할 때라고 생각하면 돼요.
공연장 드레스 코드를 궁금해하는 분도 많은데요. 클래식 공연이라고 꼭 정장을 입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바스락거리는 소재의 옷처럼 소음이 나는 복장은 피하는 게 좋아요. 단정한 복장이면 충분하답니다.
12. 앞으로 동문님의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클래식을 더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일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에요. 지금은 온라인 중심이지만, 기회가 된다면 오프라인에서도 더 많은 분과 직접 소통하며 클래식을 알리고 싶어요. 최근에 한 구독자분이 '덕분에 클래식을 알게 되고 일상이 풍부해졌다'라는 댓글을 남겨 주셨는데 그 말이 정말 큰 힘이 되더라고요. 앞으로도 클래식이 더 많은 사람의 일상에 자연스레 스며들게끔 돕고 싶어요.
단기적으로는 유튜브 구독자 10만 명을 달성해 실버 버튼을 받는 게 목표이고, 궁극적으로는 '클래식 콘텐츠 크리에이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숨쉬는 예술'이 되는 게 제 큰 바람입니다.
13. 마지막으로 피디나 콘텐츠 제작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자신이 콘텐츠 제작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인지 고민해 보세요. 아이디어를 화수분처럼 계속 끄집어내고 흥미롭게 풀어내며 편집하는 과정을 즐겨야 꾸준히 할 수 있거든요. 단순히 멋있고 재밌어 보여서 시작한다면 오래가기 어렵다는 것을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대학 시절 성악이 제 인생의 전부일 줄 알고 다른 분야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그 점이 너무 아쉽더라고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탐색했다면 더 넓은 시각으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콘텐츠 제작자가 되고 싶다는 확신이 들었다면 '나만의 관심사'를 찾아보세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깊이 탐구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과정에서 경쟁력이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예요.
취재: 숙명통신원 23기 서예린(문헌정보학과 24), 윤지원(테슬전공 22)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