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에 생명을 불어넣다…'정년이' '스위트홈' 실사화한 스튜디오N 권미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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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5-04-25
- 스튜디오N 권미경 대표(물리학과 95) 인터뷰
숙명통신원 학생들과 인터뷰하는 권미경 동문.
콘텐츠 업계에 실사화 바람이 분다. 웹툰 속 캐릭터가 생명을 얻어 드라마와 영화 주인공이 된다. '정년이',' 스위트홈', '중증외상센터' 등 최근 화제작은 모두 이렇게 탄생했다.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모두 제작사 스튜디오N 작품이라는 것. 모든 기획의 시작과 끝에는 스튜디오N 대표 권미경 동문(물리학과 91)의 철학이 담겼다. 그는 재미만 있다면 어떤 변화도 두렵지 않다는 확신으로 웹툰 IP를 전 세계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지난 8일 마이크로디그리 '드라마백스테이지' 수업의 특강 연사로 학교를 찾은 권미경 동문을 숙명통신원이 만나 인터뷰했다.
1.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제작사 스튜디오N 대표 권미경입니다. 숙명여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불어불문학을 부전공했어요. 영국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 칼리지에서 커뮤니케이션 앤 미디어 석사를 했고, 지금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박사 과정에 있습니다.
2. 동문님은 CJ ENM, 디즈니 코리아 등에서 일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는데요. 이러한 경험이 현재 스튜디오N 대표로 콘텐츠를 제작할 때 도움이 많이 되나요?
마케팅 분야는 영상 커뮤니케이션 부분에서 매우 유사해요. 광고나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시청자와 영상으로 소통해야 하고, 시청자에게 콘텐츠 주제를 명확하게 전달하며 스토리텔링해야 한다는 점이 비슷해요. 이렇게 이전 직장에서 영상을 통해 사람을 설득해 본 경험이 도움이 많이 돼요.
보통 영화나 드라마 같은 콘텐츠를 개발하려면 짧게는 3년, 길게는 5~6년이 걸립니다. 그렇기에 작품을 담당하는 제작자들은 3~5년 뒤에 이 작품이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거라는 확신이 있어야 해요. 이 과정에서 고려하기 어려운 변수가 정말 많은데, 유사한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조직을 경험해 본 덕분에 큰 문제 없이 회사를 운영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3. 탄탄한 서사를 가진 '타인은 지옥이다', 캐스팅이 큰 화제가 된 '정년이', 원작 팬들조차 드라마화를 예상하지 못했던 '닭강정', 화려한 영상미가 필요한 '재혼황후', 최근 큰 화제가 된 '중증외상센터' 등 다양한 작품을 웹툰·웹소설 IP 기반으로 제작했는데요. 콘텐츠로 만들 웹툰 IP를 선택할 때 고려하는 특별한 기준이 있나요?
작품 선택은 담당 PD가 하고, 저는 그 작품이 잘 나오도록 지원해 주는 역할이에요.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을 '크루즈 여행'이라고 비유해 보면, 저는 크루즈의 선장 같아요. 제가 해야 할 일은 배를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잘 이끌어 가는 거죠. 크루즈 안에서 공연하고, 식사를 준비하고, 즐거움을 책임지는 일을 우리 PD들이 하는 겁니다. 작품 제작을 위한 세세한 실무는 PD들이 다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저는 큰 무리 없게 이 배에 탄 사람들을 잘 싣고 가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 취향만으로 작품을 선택하기보다는 PD들의 다양한 취향을 존중하는 편이에요. 저희 회사는 이 '다양성'에 중점을 둬요. 현재 회사에 연령대와 성별이 다양하게 포진돼 있기 때문에 PD마다 웹툰 IP 선택 기준은 정말 다양합니다. 전 시청자들이 저희 작품을 보고 '어, 이거 스튜디오N 작품 아니야?'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권미경 동문의 특강 모습.
4. 이렇게 선택된 웹툰이 영화나 드라마 같은 콘텐츠로 제작되는 전반적인 과정이 궁금합니다.
가장 먼저 모든 PD가 의견을 내고, 제작 여부를 결정하는 회의를 합니다. 그리고 제작하고 싶은 작품을 PD 본인이 선택하는데요. 이때 다수결이 아니라, PD의 의지와 그날의 분위기 등 다양한 요소를 결합해서 결정을 내려요. '슈퍼 패스'라는 저희만의 내부 시스템이 존재하는데, 전원이 반대해도 PD의 의지와 애정도가 강력하면 작품 제작을 추진할 수 있는 방식이에요. 이렇게 되면 작품을 향한 담당자의 애정도가 높아서 더 잘 만들어지는 것 같기도 해요.
그렇게 결정한 뒤에 대본이 나오고 감독과 배우를 캐스팅해요. 그다음, 플랫폼에 작품 제작을 제안합니다. 전후가 살짝 바뀌기는 해요. 플랫폼에 제안을 먼저 하고 플랫폼이 감독과 배우를 캐스팅할 때도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플랫폼에서 제작이 결정되면 저희는 제작을 시작하고, 대중들에게 공개합니다.
5. 작품이 그대로 재현되길 바라는 원작 팬들의 기대와 영상화 과정 속 창작적 변화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히 어떤 노력을 기울이시는지 궁금합니다.
그대로 재현하든, 창작적 변화를 주든 재미있으면 된다는 게 저희 결론입니다. 콘텐츠가 재미있으면 어떤 변화도 크게 문제 되지 않아요. 그런데 만약에 콘텐츠가 재미가 없으면 안 좋은 평가를 받겠죠. 그래서 재미만 있다면 어떠한 변화도 두렵지 않게 느껴져요.
그래서 웹툰을 재미있게 영상화하는 것이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웹툰과 웹소설은 주인공 위주의 일인칭 시점이고, 개연성을 많이 따지지 않아요. 반면 영상 콘텐츠는 개연성이 필수거든요. 원작에서 사이사이 비어 있는 개연성을 만드는 작업이 힘들어요.
예를 들어 <정년이> 제작 과정에서 '부용이'라는 인물을 제한적인 에피소드 안에서 표현하기 힘들었는데요. 그 인물의 특징을 극단 안의 다른 인물들로 분배해서 개연성을 갖출 수 있었어요. 이렇게 흰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이미 웹툰 원작이라는 밑그림이 있기 때문에, 고려해야 할 점이 특히나 많아요.
스튜디오N의 대표작.
6. 현재 스튜디오N은 해외 제작사와도 협업하며 글로벌로 성장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꼭 함께 일해보고 싶은 제작사가 있나요?
중국 제작사와 꼭 협업해 보고 싶어요. 중국은 시장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 한국에 굉장히 좋은 파트너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한국과 중국은 한자 문화권이고, 정서적으로도 통해 기본적으로 비슷하잖아요. 그만큼 함께 작업한다면 시너지가 클 것이라 예상합니다. 원작을 수출하든 수입하든 상관없이 작업해 보고 싶어요. 한국의 우수한 영상 기술을 적극 활용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7. 학부 시절 동문님의 활동 중에 지금의 성장을 이뤄내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열심히 놀았습니다. 해외여행도 많이 가고, 미팅도 하고, 당시에도 핫했던 홍대도 열심히 다녔죠. 놀다보면 답은 있어요. 전 제가 열심히 놀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취업을 잘할 수도 있었어요. 자기 선을 지키면서 놀 수 있는 대로 다양하게 경험을 쌓고 노는 건 좋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때 열심히 젊음을 즐겼던 게 제 삶의 원동력이 됐어요. 후배들한테도 많이 놀면서 경험하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어요.
8. 앞으로 스튜디오N의 대표, 혹은 인간 권미경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신가요?
<오징어 게임> 같은 작품 한번 만들어 보고 싶어요. 프로듀서로서 전 세계 사람이 호불호 없이 모두 좋아하는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은 엄청난 성취거든요. 작품이 잘 됐을 때 영광은 주로 감독이나 배우가 가져가요. 그럼에도 제작의 매력은 내가 만든 작품을 많은 사람이 좋아해 주는 데서 오는 감정적인 교류예요.
작품이 성공하면 수상을 하잖아요. 그게 의미 있는 이유도 제가 만든 걸 많은 사람이 좋아해 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영화계에서 '천만 영화'가 나오면 행복한 것처럼, 내가 만든 콘텐츠의 인기를 체감하면 기쁘죠. 앞으로도 많은 사람이 보고 즐거워하는 작품을 계속 만들고 싶습니다.
9. 콘텐츠 업계 진출을 꿈꾸는 숙명여대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콘텐츠 업계는 경력이 중요해요. 몇 년 차인지,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 봤는지에 따라 인정받죠. 처음부터 목표하는 회사에 취업하기보단,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에 들어가서 많은 걸 경험하고 경력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경력이 어느 정도 쌓이면 다른 회사 이동하기는 더 쉽기 때문에, 내가 최종적으로 가고 싶었던 회사에 취업하는 것도 더 쉬워질 거예요. 오랫동안 큰 목표 하나만 준비하며 좌절감을 느끼기보다 작은 목표를 하나씩 이뤄가며 성취감도 얻고 많은 경험을 해보세요.
취재: 숙명통신원 23기 이세은(독일언어문화학과 24), 24기 김혜원(법학부 23)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