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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인터뷰

동문 INTERVIEW

창작공연 <은밀하게 위대하게>, <삼봉이발소> 제작한 '주다컬쳐' 대표 이규린 동문

  • 조회수 490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4-11-11
  • 공연제작사 '주다컬쳐' 대표 이규린 동문(법학부 09) 인터뷰



"공연은 경험해봐야 어떤 가치가 있는지 알 수 있어요"


버스 광고판에서 시작한 작은 창업의 꿈이 자신만의 색깔로 무대를 만드는 14년 차 공연제작자로 성장했다. 주다컬쳐 대표 이규린 동문(법학부 09)은 '은밀하게 위대하게', '삼봉이발소' 등 유명 원작을 재해석한 공연으로 문화예술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뮤지컬과 연극의 가치를 더 많은 사람이 경험하길 바란다는 이규린 동문의 이야기를 숙명통신원이 들어봤다.


1. 동문님이 대표로 활동 중인 '주다컬쳐'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주다컬쳐는 창작 연극, 뮤지컬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IP(지식재산) 매니징을 하는 회사입니다. '창작 연극, 뮤지컬의 대중화'와 '지역 간 문화적 빈부격차 해소'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011~2015년 초까지는 개인사업자로 *오픈런 연극 제작과 소극장 운영, 공연 기획 홍보를 주로 했습니다. 2015년 법인 설립 이후에는 **리미티드런 창작 뮤지컬과 연극 제작을 중심으로 제작자로서 기반을 다지며 10년 차의 업력을 쌓았습니다. 2020년 코로나를 기점으로 창작자와 대중을 만나게 하는 유통 매개자 역할을 강화하며 연극·뮤지컬을 기반으로 우수 IP를 발굴하고 확장하는 IP 매니지먼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픈런(Open run): 공연 종료 시점을 정하지 않고 계속 공연하는 것

**리미티드런(limited run): 공연 종료 시점을 정해놓고 공연하는 것


2. 연극과 뮤지컬 제작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20살, 21살 때 시작했던 연극 동아리에서 연극에 흥미를 느껴 대학로에서 연극배우를 시작했고, '제작자', '프로듀서'라는 직업을 처음 알게 됐어요. 동아리 활동할 때, 집에서 연습실까지 왕복 2~3시간 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그 버스에 붙은 광고판에서 '청년창업 프로젝트'가 눈에 들어왔어요. 그때가 2011년 초였는데, 대학생 창업지원이 생긴 초반 시기였던 걸로 기억해요. 그 광고를 보고 '비서울 지역 거주민을 위한, 공연을 만들겠다'는 목표의 프로젝트로 지원했고, 그때 선정되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3. 당시에 어떤 마음가짐으로 창업을 준비했나요?


그 당시 저는 '앞으로 나는 꼭 제작자, 프로듀서가 될 거야'라는 마음을 먹은 단계는 아니었어요. 공연 관련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과 지원사업에 붙으면 열심히 해봐야겠다는 마음 정도였죠. 그렇지만 막상 붙고 나니 생각보다 즐거웠고, 정말 열심히 했어요. 아침 눈뜨자마자 관객 전화를 받아도 즐거웠고, 늦게까지 일하다가 밤 12시 15분에 마포 창업센터에서 601 막차를 타러 뛰던 그 시간도 즐거웠거든요. 그렇게 무언가에 몰입하고, 재미를 느끼고, 성과를 내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이 일을 계속하는 사람이 됐네요.


'은밀하게 위대하게 the last' 공연사진

4. '삼봉이발소', '은밀하게 위대하게', '한번 더해요'처럼 원작을 활용해 뮤지컬화 또는 연극화를 진행한 작품이 많아요. 프로듀서로서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이 궁금합니다.


첫 번째는 대중성입니다. 대중 입장에서 공연은 TV 프로그램이나 영화에 비해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아요. 무조건 공연장에 가야 하고, 어떤 장르나 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찾아봐야 합니다. 반대로 TV는 집에서 볼 수 있는 작품도 많고, 영화는 매체 광고도 훨씬 많이 하니 접근성이나 대중성이 훨씬 강할 수밖에 없죠. 그렇기에 대중 입장에서 '어떤 공연을 보고 싶을까', '어떤 공연을 쉽게 선택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두 번째는 '웹툰이나 영상 작품을 무대로 옮겼을 때 더 보여줄 것이 있는가'예요. 예를 들어 '삼봉이발소'는 완전한 판타지물이어서 이 웹툰을 어떻게 연극으로 옮길까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영화로도 제작된 웹툰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원작이 워낙 방대한 서사로 잘 만들어졌는데, 영화로는 10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보여줄 수밖에 없었어요. 뮤지컬로 만들었을 때 영화에서는 못 보여준 원작의 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한번 더해요'도 웹툰을 원작으로 만든 드라마가 원작과 전혀 다른 장르였거든요. 같은 소재를 다르게 풀어낸 걸 보고 무대화했을 때 또 다른 재미가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 포스터. 왼쪽 2016년, 오른쪽 2023년. 


5. 주다컬쳐에서 제작한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뮤지컬 첫 작품인 '은밀하게 위대하게'와 '말리의 어제보다 특별한 오늘'이라는 작품을 꼽고 싶어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뮤지컬 첫 제작이어서 몸으로 부딪치면서 배운 게 너무 많아 특별해요. 이 작품 초연이 올라갈 때가 26살쯤이었고, 연극 제작을 시작한 지 5년 차쯤 됐을 때예요. 지금 생각해 보면 총괄 프로듀서라는 역할의 무게에 비해 경험도 얕고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멋진 배우분들, 스태프분들과 만나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는 창작뮤지컬로 끌고 올 수 있었다는 생각에 애틋합니다.


'말리의 어제보다 특별한 오늘'은 제가 스토리와 음악 자체를 가장 애정하는 작품이에요. 곧 성인이 되는 주인공 말리가 어린 시절 나의 애착 인형 몸에 들어가 어린 시절의 나를 바라보는 내용이에요. 누구나 다 부끄러워 잊어버리고 싶은 시절이 있고, 닫고 살던 어린 시절 서랍장 하나쯤 가지고 있지 않나요? 말리는 저에게도 어린 시절의 저를 마주하고, 잘 성장해 왔다고 위로를 해주는 그런 작품이었어요. 작품의 창작 의도가 제작자인 저에게도 그대로 다가온 거죠. 나중에 제가 아이를 낳고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컸을 때 꼭 보여주고 싶은 작품이에요. 말리를 보셨던 20~30대 관객분들도 저 같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이 작품은 5년, 10년, 20년 길게 잘 성장시키고 싶어요.


'말리의 어제보다 특별한 오늘' 공연사진


6. 2016년 SM인터뷰에 이어 8년이 지나 다시 인터뷰를 하게 됐어요. 그 시간 동안 동문님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이규린 동문은 공연제작사 설립 초기인 2016년 학생이자 대표로 SM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시는 개명 전 이름인 이지현이었다. <편집자 주> 지난 기사 보기


지난 인터뷰가 2016년이었군요. 2016년이 '은밀하게 위대하게' 초연이 올라가던 때니까 참 많은 시간이 흘렀네요. 8년 동안 여러 프로젝트를 제작, 기획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그때보다 훨씬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제작자들은 일하다 보면 본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힘든 순간, 고비가 한 번씩 오거든요. 그때 조바심이나 급한 마음에 스스로를 괴롭히기보다는 '내 호흡대로 풀어간다', '때가 온다' 이런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어요.


제가 최근에 공연 산업을 다루는 대학 전공 강의를 시작했거든요. 8년 전 저는 비전공자 출신의 연극 제작 새내기였는데, 지금은 14년 차 공연 제작자이자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이 됐다는 점도 변화예요.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고군분투했던 제가, 공연 분야 전공수업을 한다는 게 재밌어요.


7. 당시 인터뷰에서 위기를 극복할 때 '버티기' 자세를 유지한다고 했어요. 문화예술계의 암흑기였던 지난 팬데믹 시기를 극복하고 현재까지 사업을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코로나가 처음 발생했을 때 저는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을 막 개막하던 시점이었어요.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그때 저보다 뮤지컬을 10~20년 더 오래 하신 감독님들, 배우분들이 제가 공연 중단을 결정할 수 있게끔 오히려 독려를 해주셨어요. 보통은 제작자가 손실을 막으려고 먼저 그러한 결정을 하려고 하고, 이후 배우와 스태프를 설득하는 과정에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하지만 저는 스태프분들이 "제작자가 이 시기를 잘 살아남아야 우리가 오래 이 일을 같이하는 거다"라고 먼저 말씀해 주셨어요. 배우분들도 너무 잘 이해해 주고 응원해 줬고요. 이 응원을 원동력 삼아 재정 손실이 있더라도 다음을 잘 준비하자고 다짐했습니다.


팬데믹 시기에 시간 여유가 생기면서 '내가 계속 이 일을 지속해야 하는 명분'과 '예술기업 경영자로서 또 다른 재난이나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우리의 일을 지속해 나갈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생각해 봤어요. 이런 과정을 사업 지속의 원동력으로 삼아 공연 대본 유통 서비스 '스토리켓'를 기획하고 공연 IP 매니지먼트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8. 스토리켓은 어떤 서비스인가요?


'스토리켓'은 공연 대본 저작권을 중개하는 플랫폼입니다. 일반 대중에게 대본을 열람하고, 공연 라이선스도 편하게 취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상반기까지는 오프라인 서비스만 제공했는데, 2024년 11월 온라인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9. 공연예술 업계의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추천하는 활동이 있나요?


요즘은 저학년부터 취업 준비를 하고, 동아리 활동은 많이 하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동아리 활동을 굉장히 다양하게 하면서 제 흥미와 진로를 찾아갔거든요. 본인의 흥미와 적성을 찾을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해보라고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훗날 내가 무슨 일을 하며 사는 게 좋을지 탐색하는 게 당장 이력서 한 줄보다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해보고 싶었던 활동에 도전하고 경험해봐야만 나만의 결론을 남길 수 있는 만큼 앞으로 여러분 인생의 선택에 충분한 재료이자 양분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10. 숙명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뮤지컬이나 연극이 있나요?


*라이선스 뮤지컬에서는 '하데스타운', 창작뮤지컬에서는 '영웅'과 '여신님이 보고 계셔'를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세 공연 다 대중적이어서 뮤지컬 관극 경험이 많지 않은 분들도 재밌게 보실 수 있어요. 연극은 '늙은 도둑 이야기' 같은 오픈런 공연도 좋고, 처음 연극을 접하는 관객들에게 좋은 연극을 엄선해서 소개하는 '1번 출구 연극제' 참가작들도 추천합니다.


공연은 경험해봐야 가치를 알 수 있는 특성이 있어요. 공연을 보러 가는 것이 시간도 들고 돈도 드는 일이지만, 자신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 그 경험을 꼭 해보시길 바라요.


*라이센스 뮤지컬 : 해외 작품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라이선스를 얻어 국내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11. 창업 선배로서 창업을 꿈꾸는 숙명인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창업은 쉽지 않은 도전임이 분명해요. 많이 고민하고 준비해야 하지만, 그러다 영영 실행해 볼 기회를 잃기도 합니다. 쉽지 않은 도전을 해야 하는 이유를 내 안에서 찾아보셨으면 좋겠어요. 그건 기획서 작성이나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기획 단계에서도 충분히 발견할 수 있어요. 내가 창업하는 이 아이템에 얼마나 몰입하게 되는지와 같은 걸 말이죠. 살면서 처음 만나는 내 안의 열정을 발견할 수 있다면 준비가 덜 되고 서툴더라도 꼭 그 열정을 다해보시길 바랍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22기 이시진(문화관광학전공 22), 23기 고진(미디어학부 24)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