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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인터뷰

학생 INTERVIEW

영화 사랑으로 뭉친 학생들의 당찬 도전…'Team91'의 단편영화 제작기

  • 조회수 392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4-10-18
  • 영화제작팀 'Team91' 인터뷰


영화제작팀 Team91과 영화 <Suicide Project> 출연진

"영화를 볼 때마다 새로운 것을 느꼈어요"

"영화를 통해 여러 사람에게 감동을 전하고 싶었어요"

"서로의 의견을 맞춰가며 함께 영화를 완성해가는 과정이 즐거울 것 같았어요"


지난해 여름, 그저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모인 11명의 숙명여대 학생들이 'Team91'을 결성했다. 모두가 비전공자였기에 매 순간이 어려움의 연속이었지만, 단편영화 제작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들이 제작한 영화 <Suicide Project>는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 주인공 '라윤'의 꿈속 이야기로, 다양한 형태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의 소비자가 아닌 영화 제작자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Team91의 이야기를 숙명통신원이 들어보았다.


1. 안녕하세요. 영화 제작팀 Team91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제작 이예은: 안녕하세요, 저희는 숙명여대 학생들로만 구성된 영화제작팀 Team91입니다. 모두가 비전공자이고 대부분이 영화 촬영 경험이 없어서 팀이 결성된 이후 영화 제작, 연출, 촬영 등을 책으로 공부하며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영화를 완성했고 텀블벅 펀딩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상영회와 GV까지 마쳤습니다. 


*GV: 감독, 배우, 평론가 등이 영화에 대해 해설하거나 관객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 


Team91이라는 팀 이름은 영화를 세상과 잠시 멀어지면서 동시에 연결되도록 하는 아이러니한 감각을 선사해준다는 점에서 삶의 구원(91)이라고 비유한 데서 따왔다.


2. Team91을 결성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작 이예은: 제작부장인 제가 에브리타임에 글을 올리면서 팀 결성이 시작됐습니다. 대학에 오면서 제 목표는 하고 싶은 것, 대학생으로 할 수 있는 것을 많이 도전해 보고 졸업하는 것이었는데 그중에서도 제가 사랑하는 영화의 제작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어떤 영화는 삶의 중심을 건드리며 큰 영향을 주잖아요. 그런 깊은 영향의 발원지에 직접 있어 보고 싶었습니다. 


글을 올리기까지 한 달가량 고민했어요. 경험이 없는 사람들끼리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것이 고통스러울 걸 알면서도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결국 모집 글을 올리게 됐습니다. 저와 같은 마음을 가진 분들이 모여주면 좋을 것 같아서 매우 힘들 것이라고 겁을 주며 글을 썼던 기억이 나네요.



3. 여러분들은 어떤 매력에 이끌려 영화 제작을 다짐하게 됐나요?


제작 이예은: 영화의 매력은 볼 때마다 다른 것이 보인다는 점입니다. 감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다양한 요소에 묻어있는데, 볼 때마다 매번 새로운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습니다. 영화는 그대로지만 그 안의 메시지는 제 변화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말이죠. 


활자보다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고 관객의 해석이 동반되며 되뇔 때마다 선명한 장면이 기억에 남는 예술 작품이라는 것도 영화의 큰 매력입니다.


촬영/조명 김은효: 영화는 관객들이 함께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영화관에서 낯선 사람들과 한 공간에 모여 몇 시간 동안 영상과 음향의 자극을 받으며 웃고, 슬퍼하고, 분노하는 경험이 좋았습니다. 또한, 영화관을 나와 영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간이 금세 가버리는 것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이런 감동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팀 모집 공고를 보고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촬영/조명 이원림: 저는 영화 만들기가 공동 작업이라는 점이 좋았습니다. 본격적인 작업 시작 전 서로의 관심사나 취향을 나누고, 의견을 맞춰가며 촬영을 완성해 가는 과정 자체가 즐거울 것 같았습니다.

 

4. Team91에 소속된 11명의 제작자 모두 영화 비전공자라는 점이 인상 깊어요. 비전공자로서 영화를 제작하면서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아요.


촬영/조명 김은효: 팀원 모두가 비전공자라 영상 촬영 이론과 현장 용어에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팀끼리 영상 촬영, 조명에 관한 책과 영상으로 공부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촬영 전에는 별도로 리허설 날짜를 잡아 연습했는데 각 장면에 필요한 촬영 장비를 고민하는 것조차 낯설었습니다. 촬영 현장도 처음이었고 직접 장비를 다루면서 미숙함이 많았지만, 다행히 팀원 지인들이 도와주셔서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서로 접점이 없던 팀원들이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뭉쳐서 작품을 만들어 더 뿌듯합니다.


*프리 프로덕션: 영화의 개발 단계가 끝나고 난 다음부터 본격적으로 제작에 착수하면서 준비해야 할 일들을 의미한다.



5. 이번에 제작한 영화 ‘사라지고 싶은 영혼들에게, <Suicide Project>’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감독 임재윤: 단편영화 <Suicide Project>는 부모의 결혼을 막아 자신의 존재를 지우려는 주인공 라윤의 꿈속 이야기입니다. 꿈속에서 라윤은 그녀의 부모인 영화, 준섭과 친구가 되어 여행을 떠납니다. 이 여행과도 같은 꿈에서 라윤은 미처 발견하지 못한, 혹은 잊고 있던 사랑의 형태를 마주하게 되는 내용입니다.


6. 영화 속에서 라윤이 계속 꿈을 꾸는 것처럼, 꿈은 인물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꿈’을 중요한 소재로 선정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감독 임재윤: 저는 사람들이 아주 오랜 시간 자고 꿈꾸는 시간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감정과 기억을 조합해 자신의 세계를 단단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어요. 이 믿음을 라윤의 이야기를 통해 공유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영화는 라윤의 잠을 깨우지 않고 꿈을 통해 그녀의 내면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감정과 기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 <Suicide Project> 속 꿈을 꾸는 주인공 라윤


7. 영화를 제작하며 가장 중점을 두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감독 임재윤: 가족과 삶에 대한 라윤의 감정, 태도가 너무 단편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가장 많이 신경을 썼습니다. 부모에 대한 그녀의 감정은 표면적으로 원망, 미움으로 드러나지만, 이 또한 또 다른 사랑의 형태임을 말하고 싶었어요. 마찬가지로 삶에 대한 태도로서 죽고 싶고 사라지고 싶은 것이 그녀가 삶에서 느끼는 감정 전부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 존재하는 삶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궁극적으로 사랑뿐인 사랑, 미움뿐인 미움이 아닌 ‘사랑 안의 미움’, ‘미움 안의 사랑’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8.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특별히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감독 임재윤: 누구나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을 보낼 때가 있어요. 잠을 자고, 멍을 때리고, 혹은 눈을 감고 혼자만의 상상 속에 빠지는 시간. 그 시간이 길어져 하나의 시절이 되더라도 스스로를 너무 미워하지 말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분명 우리에게 필요한 시간이고, 그 시간을 통해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를 지키고 있는 걸지도 모르니까요. 특히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망치고자 끊임없이 잠 속으로, 꿈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수많은 '라윤이'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우리 다 함께 쉼이 필요할 땐 마음껏 멈춰가자고. 겨울잠은 결코 무용한 시간이 아니라고.



9. 지난 6~7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진행한 모금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상영회와 GV를 진행했어요. 소감이 궁금합니다.


제작 이예은: 이렇게까지 성공적으로 끝날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사실 프로젝트가 마무리될 때쯤부터 상영회 전까지 마지막 업무들이 저에게는 스트레스로 다가왔어요. 그런데 막상 상영회와 GV를 하니 이루 말할 수 없이 뿌듯하고 좋은 감정이 몰려왔습니다. 상영회와 GV는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곳이고, 저희를 큰마음으로 응원해 주신 분들이 영화를 보는 곳이라서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모금이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힘이 되고 감사했습니다.


10. 프로젝트 소개를 보면, Team91이 영화를 많이 사랑한다는 것이 느껴져요. 여러분에게 '영화'란 무엇인가요?


촬영/조명 김은효: 이 질문을 영화 제작 후에 들으니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영화 제작 전에는 영화는 저에게 세상을 넓혀주는 씨앗 같았습니다. 영화는 생각을 확장하고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는 화면에 나오는 장면만을 보고 생각했지만, 제작 후에는 씨앗(장면)뿐만 아니라 토양과 날씨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촬영/조명팀으로서 영화 촬영 현장을 경험한 후 프레임을 보면, 그 프레임에 담기지 않은 촬영 현장을 상상하게 됐습니다. 영화 프레임 밖 수많은 사람이 하나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힘쓴 노력을 떠올리며, 이런 감정을 전달하고 생각을 이어가게 하는 영화를 더욱 사랑하게 됐습니다.


제작 이예은: 저에게 영화는 제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알게 해주고, 어떤 가치를 중요시하는 사람인지 느끼게 해줍니다. 다양한 삶과 스토리 속에서 마땅히 사유해야 할 가치를 보여주는 영화는 저를 구성하는 예술이기도 합니다. 저는 아주 힘이 들 때 다 내려놓고 지금의 저에게 필요한 영화 하나를 꺼내 봅니다. 저에게 주는 동아줄처럼 여기곤 하는데, 저희 팀의 이름같이 가끔 삶의 동아줄이 되어주는 영화는 정말 제 자아의 일부인 것 같습니다. 


영화를 제작하면서 '내가 영화를 싫어하게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끝나고 나니 그렇게 고생하며 만들어낸 영화는 마치 언제 힘들게 했냐는 듯 너무 사랑스러웠어요. 다른 영화도 그런 노력으로 세상에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영화를 더 사랑하게 됐습니다. 마치 사람 하나가 얼마나 큰 가치를 담고 있는지 알게 된 후 더 사람을 애정 어리게 대할 수 있게 된 느낌이랄까요. 저는 이 프로젝트 덕분에 앞으로 더 영화를 사랑하며 살아갈 것 같습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22기 이시진(문화관광학전공 22), 23기 이세은(독일언어·문화학과 24)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