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과 한의도 학생, 2025 겸재 내일의 작가 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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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보도일자 2025-12-05
- 타인의 시선 너머 ‘참모습’을 찾는 여정, 주목받는 신진 작가 한의도 학우(회화과22)

우리는 ’선입견‘으로 가득한 시대를 살아간다. 우리가 굳게 믿고 있었던 것들이 실제로는 누군가가 지어낸 허상일 수도 있으며, 혹은 가짜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진실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러한 양면성의 괴리에서, 자신의 본질은 길을 잃기 십상이다. 그러나 한의도 학우만은 이 괴리를 기회 삼아 예술로 승화한다.
한의도 학우는 인간의 본능적인 현상인 선입견을 독창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작가다. 선입견의 잔상을 대상의 형태로 왜곡하거나 변형하는 다양한 회화적 표현을 통해 작품에 고스란히 담아내어 ‘2025 겸재 내일의 작가’와 ‘2024 브리즈 아트페어’에서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내면에서 비롯되는 감정과 생각을 보여주는 ’진실된 예술가‘. 이를 위해 오늘도 자신을 탐구하는 한의도 학우의 철학을 숙명통신원이 담아보았다.
1.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숙명여대 회화과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있는 작가 한의도라고 합니다. 현재 인간관계의 긴장과 사회적 불안 속에서 형성되는 왜곡된 시선을 인간의 형상으로 시각화하는 작업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2. 학우님의 작품에서는 주로 ‘선입견’을 주제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독특한 소재 같은데, 특별히 선입견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펼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1학년 때 수강했던 임상욱 교수님의 <철학개론> 수업이 제 작업의 시작에 가장 큰 영향을 줬어요. 철학개론은 다양한 철학자들이 말하는 진리와 행복의 개념을 배우는 수업이었는데요.
“거미는 여덟 개의 눈을 가지고 있고, 개미는 세상을 이차원으로 인식하며, 파리는 겹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데 과연 누가 진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가?”라는 교수님의 질문에 뒤통수를 세게 맞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때 내가 얼마나 고정된 시선과 선입견 속에서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지를 자각하게 되었고 그렇다면 ‘나의 시각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 외에도 어머니가 운영하시는 미술학원 아이들이 그린 인물화가 정말 가지각색인 것을 보고, 숙련도의 차이가 아니라 어쩌면 자신이 바라보는 인간을 그대로 담아낸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도 확장하게 됐죠. 그렇게 저는 ‘선입견과 편견의 시각’을 주제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3. 보통 선입견이라고 하면 심오하거나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기 쉬운데 이를 그림만으로 강렬하게 표현한다는 점이 인상 깊어요. 작품의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는 편인가요?
저 또한 처음에는 선입견을 품고 사람을 바라보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했어요. 그러나 이 주제를 두고 연구를 하다 보니, 선입견은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본능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물론 당연히 긍정적인 면도 있고 부정적인 면도 있겠지만, 결론적으로는 선입견이라는 것은 우리의 어쩔 수 없는 본능이라는 점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한발 더 나아가서 ‘우리들이 어떠한 대상을 해석하려고 할 때 거치는 인지 과정의 방향성을 내 작품에 한 번 제시해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부정적일 수도 있고 긍정적일 수도 있는 이 편견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이것을 해석하는 나의 방식도 익히는 연습을 같이하는 거죠.
저는 이러한 선입견의 양면성을 제 방식대로 시각화하고 있고, 선입견을 ‘자기 이해의 출발점’으로 바라보며 작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노트북>
4. 작품 드로잉 단계에서부터 이질적이고 단절된 표현을 통한 독창성을 지닌 작가로 평가받고 있어요. 한 편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의 학우님의 작업 과정이 궁금합니다.
저는 한 편의 작품을 완성하는데 대략 2주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데, 일단 일상에서 감지되는 인지적 균열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쉽게 말해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감정과 생각을 포착해서 자유롭게 글이나 사진, 드로잉으로 기록한다는 거죠.
또 저는 이렇게 포착한 순간들을 메모장에 습관적으로 기록하며, 맥락 없이 떠도는 단어들을 나만 알아볼 수 있는 시적 언어로 변환하는 과정도 필수로 거치곤 합니다. 이런 불분명한 단어들은 나중에 새로운 이미지와 형상을 구상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되거든요.
제 작업의 핵심은 무의식 속 시선의 흐름을 단편적으로 기록하고, 이를 비선형적인 방식으로 연결하는 과정에 있어요.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나의 시각으로 대상을 해체하고 연결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제 사고를 뚜렷하게 드러낼 수 있으니까요.
<조금만 잘라주세요>
5. 학우님의 작품 제목을 보면 ‘조금만 잘라주세요’, ‘노트북’, ‘러브버그’ 와 같이 사람들이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제목이 구성되어 있어요. 제목을 지을 때 중요하게 여기는 포인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작품의 제목을 지을 때 관람객들이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일상적인 상황이나 대화 같은 것들을 많이 활용하는 편이에요. 때로는 명쾌하고 아이러니한 채널을 의도적으로 설치해두기도 하죠.
가령 제 작품 중 ‘분수’라는 제목의 작품이 있는데, 사실 이 작품에서는 분수가 드러나 있지 않아요. 사실 제목의 분수는 ‘정도에 맞지 않는다’라는 의미였거든요. 작품에서 왜 이 제목이 나왔는지 한 번 더 침착하게 생각해보도록 하고, 작품의 의미와 관련된 힌트를 던져 주기도 하면서 재미를 주려고 합니다. 작품 제목은 주로 마지막에 정하는 편이지만, 처음부터 확정해서 계획적으로 작업할 때도 있어요.
<분수>
6. 학우님께 작업이란 시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방식이라고 표현하셨어요. 이러한 마음이 잘 녹아든, 학우님의 정체성과 같은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낚시’라는 작품이 가장 먼저 떠올라요. 자극적 정보에 노출되기 쉬운 디지털 시대에서, 우리는 사실보다 자극과 빠른 속도에 유인되곤 합니다. 판단의 주도성을 빼앗기게 되는 것이죠. 우리는 즉 진실과 거짓, 사실과 의견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거예요.
저 또한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면서 자기 이해에 혼란을 겪었고, 타인에 의한 가치 판단이 반복되다 보니 가짜 정체성에 휩쓸리는 기분에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어요. 그 이후로 디지털 시대에 대한 문제의식을 작업 속에 녹여내고 자기분열을 표현하고자 했는데, 그 작품 중 하나가 바로 ‘낚시’에요. 정체성이 흔들리는 자기 분열의 상태를 ‘스스로 자신에게 낚이는 상황’으로 비유하고 있어요. 제가 느끼는 것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낚시>
7. 2024년 브리즈 프라이즈, 이랜드 문화재단 14기 공모작가, 2025년 겸재 내일의 작가 우수상 등을 수상하셨습니다. ‘주목해야 할 신진 작가’라는 타이틀로 세간에서 이미 능력을 인정받고 계시는데, 이러한 타이틀이 작품 활동에 부담이 된 적은 없었나요?
가장 고민하고 있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한때는 그런 기대감이 부담으로 다가와서, 저도 모르게 타인의 기호에 맞추려는 작업을 하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그 경험을 통해 오히려 초심으로 돌아가 제 정체성과 회화의 본질적인 방향을 다시 탐구하게 되었어요. 덕분에 지금은 더 실험적이고 솔직한 작업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8. ‘한의도의 작품은 참모습을 찾는 여정을 보여준다’는 평론이 인상적이었어요. 이처럼 학우님의 작품을 통해 관람자가 궁극적으로 전달받았으면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의 작품은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각자의 인식 기준을 되묻는 장치에요. 타인과 자신을 향한 왜곡된 이미지를 환기하며, 그 이면에 감춰진 본질을 작품을 통해 마주하길 바랍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시각을 펼치고, 새로운 지각의 방향을 제시할 기회가 되었으면 해요.

9. 최근 개인전 ‘풍뎅이의 복화술’ 전시를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진실된 예술가를 꿈꾸며, 작가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저는 ‘진실한 예술가는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내면에서 비롯된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사람’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어요. 미술을 배울수록 정보도 많아지고 작품에 넣을 수 있는 요소도 늘어나기 때문에, 화려하고 대중이 좋아할 만한 그림을 만들기 쉬워집니다.
하지만 제 작업의 중심은 제가 전하고 싶은 고민과 생각을 드러내는 것, 그리고 인간으로서 스스로를 성찰하며 성숙해지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이 바로 제가 생각하는 ‘진실된 예술가’로 가는 길입니다. 물론 이러한 길을 걷기까지는 긴 시간의 인내가 필요하지만, 저는 그 시간을 통해 저만의 속도로 성장하며 본질적인 자아를 찾는 대가가 되고 싶어요.
취재: 숙명통신원 23기 서희 (가족자원경영학과 24), 24기 이예린 (영어영문학전공 24)
정리: 커뮤니케이션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