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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인터뷰

INTERVIEW

미국 아마존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를 휩쓴 SF소설 ‘스노볼’ 작가 박소영 동문

  • 조회수 637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4-04-17
  • SF소설 '스노볼' 작가 박소영 동문(미디어학부 08) 인터뷰



20대 중반까지 ‘호그와트의 입학통지서’를 기다릴 만큼 픽션(소설)의 열렬한 팬이었던 박소영 동문(미디어학부 08). 그는 자신의 장편소설 『스노볼』로 전 세계 독자의 눈을 사로잡으면서 일약 스타작가로 떠올랐다. 기후변화로 얼어붙은 지구에 유일하게 남은 안전지대인 '스노볼'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SF소설인 『스노볼』은 창비와 카카오페이지가 주최한 제1회 영어덜트 소설상 대상 수상작이다. CJENM이 영화화를 추진하고 미국, 영국 등 세계 10개국 이상에 판권이 팔렸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출간한『스노볼』미국판은 아마존과 뉴욕타임스에서 영어덜트 문학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픽션을 향한 사랑을 넘어 자신의 상상력을 세계에 마음껏 펼치고 있는 박소영 동문의 이야기를 숙명통신원이 들어보았다.


1.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스노볼』, 『스노볼 2』, 『네가 있는 요일』 등 소설을 쓰고 있는 미디어학부 08학번 박소영입니다.


2. 처음 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20대 중반까지 (해리포터에 나오는) ‘호그와트(Hogwarts)’의 입학통지서를 기다릴 만큼 픽션을 좋아했어요. 지금도 재미있는 픽션을 볼 때 행복하고,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를 써나갈 때 가장 신나요. 그렇기에 중학생 때부터 품어온 소설가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고, 현재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세상을 그려나가고 싶습니다.


박소영 동문의 SF소설 『스노볼』. 사진제공=창비


3. 동문님의 소설 『스노볼』 속 ‘액터’와 그의 일상을 TV 프로그램처럼 시청하는 사람들. 마치 영화 ‘트루먼 쇼(The Truman Show, 1998)’가 생각나요. 


소설 『스노볼』의 기본 배경은 온 세상이 눈으로 덮여있는 세상이다. 오직 스노볼만이 따뜻하고 자원이 풍요로운 곳인데, 그곳에 거주하려면 '액터' 혹은 '디렉터'가 되어야 한다. '액터'는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24시간 방송으로 사람들에게 보여주게 된다. <편집자 주>


우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각자 보고 싶은 ‘트루먼 쇼’를 보고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본 적도 없는 사람의 일상과 인생을 속속들이 알게 되죠. 미디어 속 사람들은 ‘트루먼’과 같은 캐릭터이고, 각각의 ‘트루먼’은 자기 자신을 대중과 나누는 대가로 유명세와 경제적 이득을 얻게 되고요. 이러한 현대 사회의 모습을 SF적인 상상으로 풀어낸 게 스노볼 시리즈의 세계관이에요.


4. 동문님이 만약 『스노볼』 속 주인공 ‘전초밤’이라면, 소설 내용처럼 ‘해리’ 대역을 할 것인가요? 아니면 다른 선택을 할 것인가요?


스노볼 시리즈를 읽지 않은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스노볼』에서 주인공 전초밤은 모두가 사랑하는 액터인 셀러브리티 고해리의 대역이 되어달라는 비밀스러운 제안을 받게 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특별하고, 유명하고, 사랑받는 존재의 삶을 대신 살아갈 기회인 거죠.


『스노볼』에서 모두가 사랑하는 액터인 셀러브리티 '고해리'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다. 아직 그녀의 인기가 필요했던 디렉터 '차설'은 해리와 외모가 닮고 나이가 비슷한 '전초밤'에게 고해리의 대역이 되어달라고 제안한다. <편집자 주>


제가 초밤의 입장이었더라도 그 제안을 수락했을 거예요. 기자가 되려고 취업 준비를 할 때도 그랬고, 소설을 쓰겠다며 기자를 그만뒀을 때도 비슷한 걸 바랐어요. 바로, 어서 빨리 기자가 되고 싶다,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소망이죠. 살면서 다시 없을 엄청난 기회를 통해 내가 간절히 바라는 세상에 입성할 수 있다면, 그 기회를 거절할 사람이 소수 아닐까요? 물론 이런 선택에 따른 대가와 교훈은 별개의 이야기이고, 이와 관련된 얘기가 『스노볼』에 녹아있습니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앞에서 찍은  『스노볼』 미국판(Snowglobe)


5. 지난 2월에는 『스노볼』 영문판인 『Snowglobe』를 출간했어요. 영문판으로 출간하면서 어떤 점을 특히 신경 쓰셨나요?


번역판은 한국 문화를 체득하지 않은 해외 독자가 읽는 만큼 한국적인 요소를 잘 번역하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이 작업을 『스노볼』 영문판 번역을 맡은 이정민 번역가께서 정말 멋지게 해주셨어요. 예를 들어, ‘아줌마’ 같은 한국 고유의 언어와 문화도 스펠링만 영어로 옮겨 ‘Ajumma'로 그대로 번역했어요. 이 점은 해외 독자들이 한국 문화에 높은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6. 최근 전 세계 독자들이 한국 소설에 관심을 가지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어요.


『엄마를 부탁해』, 『채식주의자』, 『저주토끼』처럼 한국 소설을 알려온 유명한 작품들이 많고, 『스노볼』처럼 다양한 장르의 한국 소설도 활발히 해외에 소개되고 있어요. 만약 더 다양한 언어의 풀에서 더 많은 번역가가 꾸준히 작업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다면, K-팝과 K-드라마처럼 세계인이 한국 소설을 더욱 일상적으로 즐기는 날도 머지않아 펼쳐질 거로 의심치 않습니다.


펭귄랜덤하우스 뉴욕 사옥에 방문한 박소영 동문.


7. 지난 2월 27일 영미권 최대 출판사인 펭귄랜덤하우스의 『스노볼』 미국판(Snowglobe)이 출간 즉시 ‘아마존’과 ‘뉴욕 타임스’에서 영어덜트(young adult) 문학 베스트셀러로 오르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요.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다양한 한국 콘텐츠가 많은 사랑을 받아온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노볼』 미국판(Snowglobe)이 미국 현지 매체에 소개될 때면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이 수식어처럼 붙었어요. 앞선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재미있게 본 사람에게 『스노볼』이라는 소설을 추천한다는 의미인데, 정말 든든하고 감사한 일이었어요. 


8. 미국 북 투어 등 다양한 행사에서 현지 독자들을 만나셨어요. 그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요?


먼저, 미국 독자들이 한국 드라마를 다양하게 즐기고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워싱턴 D.C. 북 토크 때 사회를 맡아준 엘렌 오 작가가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를 언급했는데 그날 참석한 몇몇 사람이 그 드라마를 이미 봤더라고요. 이와 관련한 이야기는 창비 출판사 블로그에 일기 형식으로 적었어요. https://blog.naver.com/changbi_book/223391562838


이번 미국 북 투어의 모든 날이 소중한 선물이었어요. 나의 상상력으로 정말 많은 사람을 즐겁게 하고 싶다는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으니까요. 이 꿈을 현실로 만들어준 많은 이들을 직접 만나 서로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나누는 기회도 정말 행복했어요. 『스노볼』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10개국에 번역돼 출간되는데요. 세계의 여러 독자에게 상상력의 즐거움을 안겨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박소영 동문. (ⓒ신나라)

9. 숙명여대 학생들이 『스노볼』에서 어떤 점을 가장 얻어가면 좋을까요?


『스노볼』이 출간될 때, 팟캐스트 <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의 김하나 작가께서 ‘스마트폰을 이기는 소설’이라는 추천사를 써주셨어요. 그만큼 재미있는 소설이니 상상의 세계에 퐁당 빠져주세요. 다양한 욕망을 가진 여성 캐릭터들의 활약도 듬뿍 즐기실 수 있어요. 더불어 주인공 전초밤과 함께하는 ‘나를 찾는 여정’을 통해 여러분 각자의 고유함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10. 작가님은 여러 작품을 써내고, 북 토크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작가님을 열심히 달리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인가요? 


상상력이 우리를 무한히 확장해 준다고 생각해요. 한 번뿐인 삶에서 미처 다 경험해 볼 수 없는 일을 체험하게 하고, 우리가 가볼 수 없는 세상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그 과정에서 나를 돌아보기도 하고 타인을 이해하게 되기도 해요. 저는 유독 ‘상상력’으로부터 받은 선물이 참 많아요. 그 고마움을 갚을 수 있도록 저 역시 많은 독자께 상상력의 힘과 행복을 전하고 싶습니다.


11. 앞으로 쓰고 싶은 소설이 있나요?


제가 지금까지 써온 소설은 10대와 20대 초반의 주인공들이 나오는 영어덜트(Young Adult Fiction) 장르였는데요. 새롭게 작업하고 있는 이야기는 660세를 맞이하는 인물의 우주 스케일 여정이에요.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인공의 성향이 기존과 확 달라지기는 했지만, 디스토피아 마니아로서 이번에도 디스토피아 세계가 등장합니다. 역시나 SF 장르이고요. 다음에는 판타지를 써보려는 계획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저만의 고유한 색을 유지하는 동시에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써보고 싶습니다.

 

12. ‘소설가’를 꿈꾸는 학우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어떤 이야기든 마지막 문장까지 쭉 써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완벽을 추구하느라 완성 짓지 못하는 이야기가 정말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왜냐면 저도 그랬으니까요.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뭘 잘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싶을 때도 역시나 일단 써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저도 이야기를 하나하나 써나가며 제가 좋아하는 장르와 저만의 색을 찾아가고 있어요.


그리고 마감일이 있으면 확실히 글쓰기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여러분이 추구하는 소설과 결이 맞는 공모전이나 문학상에 작품을 제출하는 걸 목표로 글을 써보는 것도 좋을 거예요. 심사위원의 눈은 신경 쓰지 말고, 여러분께서 정말 쓰고 싶은 이야기를 써주세요. 우리 각자에게는 나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저도 한 명의 독자로서 여러분만의 이야기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22기 이시진(문화관광학전공 22), 임세린(의류학과 21)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