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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인터뷰

INTERVIEW

작은 낙서에서 세계적인 캐릭터가 되기까지…‘몰랑이’ 작가 윤혜지 동문

  • 조회수 892
  •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4-04-16
  • '몰랑이' 작가 윤혜지 동문(시각·영상디자인과 09) 인터뷰



학교에서 습관적으로 토끼 낙서를 그리던 한 학생이 있었다. 바로 유명 캐릭터이자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된 ‘몰랑이’를 만든 윤혜지 동문(시각영상디자인과 09)의 중학생 시절 모습이다. 이렇게 작은 낙서에서 시작한 ‘몰랑이’는 이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는 대표 캐릭터로 성장했다.


긍정적이고 건강한 몰랑이처럼 꾸준히 기부하고, 자원봉사센터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등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윤혜지 동문의 이야기를 숙명통신원이 담아보았다.

 

1.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몰랑이’라는 캐릭터 원작자로서 한국에서 몰랑이 캐릭터 라이센싱 사업을 담당하는 작가이자 대표 윤혜지입니다.


2. ‘몰랑이’는 작은 낙서에서 시작한 캐릭터로 알고 있어요.


몰랑이는 제가 중학생 때부터 습관적으로 그리던 토끼 낙서를 점차 정리해서 만든 캐릭터입니다.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주 그리는 인물이나 낙서가 손에 배어 있을 텐데요. 저의 경우는 토끼였어요. 


대학 생활 당시 캐릭터 팬시 전문점의 디자이너 취업을 꿈꾸던 저는 포트폴리오로 사용하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에 토끼 낙서를 자주 그려 올렸는데요. 이 낙서가 차츰 저의 대표 캐릭터 소재로 주로 쓰이면서 ‘몰랑이’라는 인물로 정리됐습니다.


캐릭터 '몰랑이'와 '피우피우'


3. 몰랑이가 인기 캐릭터로 자리 잡으면서 다양한 굿즈도 나오고 있어요. 동문님이 가장 애용하는 굿즈는 무엇인가요?


몰랑이 스마트톡은 꼭 붙이고 다닙니다. 대부분의 캐릭터 작가님이 본인의 창작활동을 소개하거나 자기소개가 필요할 때 핸드폰 케이스에 붙은 스마트톡을 보여줘서 재밌었던 기억이 있어요. 캐릭터의 대표 이미지를 간단히 가지고 다니면서 본인을 홍보할 때 쓰기에 제일 좋은 아이템이거든요. 


몰랑이 스마트톡


4. 몰랑이 캐릭터는 상업적이지 않으면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에요. 작가로서 본인의 캐릭터 자유 사용을 허락해 주기가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아요. 어떤 이유로 이런 결정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CC 라이선스(Creative Commons)에는 ‘자유롭게 사용하되 상업적 이용은 금지한다’라는 주의 사항이 있어요. 그래서 제가 금전적 피해를 보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했어요. 우선 사람들이 제 창작물을 다양한 방법으로 접하고 언급해야 그만큼 인지도가 높아지고, 저에게도 사업적으로 도움이 되니까요.


또, 원작자가 아니면 표현하기 어려운 디자인 완성도라는 한계가 있으니 제 그림이 정말 필요한 곳에서는 협업 의뢰가 들어올 것이라는 자신도 있었습니다. 지금 창작자들의 활동에 비유하자면, 틱톡 챌린지에 가수의 음원이 무상으로 쓰이지만 결국 그 음악이 유명해지면서 이어지는 상업적 기회들이 있잖아요? 그와 같은 구조라고 비유하면 적절할 것 같습니다.

 

5. 몰랑이 애니메이션이 미국 TV 프로그램 시상식 ‘Emmy Awards’ Kids 부분에 스누피와 함께 최종 수상 후보로 올랐고, 중국 애니메이션 시상식에서 수상하는 등 성공한 시리즈로 자리 잡았어요. 애니메이션도 작가님이 직접 관리하시나요?


작업량이 매우 많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제작과 배급은 몰랑이의 글로벌 에이전시 겸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밀리마지(Millimages)’에서 담당하고 있어요. 대신 초기 컨셉은 함께 구상했습니다. ‘몰랑이는 긍정적이고 건강한 등장인물로 설정해야 가족들이 서로 편하게 추천하고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에 합의하고 성격과 세계관을 만들었어요. 제가 주로 그리는 몰랑이의 소품과 행동이 상당히 도시적이라는 점을 참고해서 몰랑이들의 마을이 요정마을보다는 사람 사는 동네처럼 꾸며진 것도 같이 고민한 내용입니다.


6. 몰랑이의 글로벌 에이전시 ‘밀리마지’와는 어떻게 일하게 됐나요?


밀리마지와 인연은 정말 영화 같아요. 프랑스에서 해마다 열리는 안시(Annecy)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행사에 당시 몰랑이를 관리해 주던 회사가 참여했는데, 그때 초대형 몰랑이 인형을 분실했습니다. 그 인형을 찾는 전단지를 우연히 밀리마지의 스토리 작가님이 보고 첫 만남이 이뤄졌습니다.


몰랑이 굿즈


7. 애니메이션에서 몰랑이가 몰랑어로 말하는 점이 흥미로워요. 작가님이 좋아하는 몰랑어는 무엇인가요?


몰랑어는 더빙하는 음향 엔지니어님과 스토리 작가님이 세계 각국의 언어를 조금씩 섞어서 만들어 주셨어요. 몰랑어로 공식 등록됐을지 모르지만, 저는 'Aigo'를 가장 좋아해요. 한국에서 ‘아이고’ 하며 내는 추임새를 따온 것인데요. 제가 프랑스 출장 중 애니메이션 제작팀과 이야기하면서 제작한 몰랑어입니다.


8. 학생 때부터 ‘몰랑이’ 캐릭터 수입을 기부하거나, 재능기부를 하는 등 꾸준히 기부를 이어온 이유가 있나요?


큰할아버지께서 ‘PD수첩’ PD로 활동하다가 발달장애인 분들과 서울시청에서 전시 활동을 꾸준히 하셨고, 희귀병을 앓는 어린이와 장애가 있는 분을 뵙는 사회활동도 종종 있었어요. 가족 중에도 수술 후유증으로 인한 재활로 고생하는 분이 계세요. 그러다 보니 언제든 나도 사회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있을 수 있고, 절대 특정 소수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일상적으로 느꼈어요.


사회 전반적으로 약간씩의 여유를 나누면 위급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최소한의 돌봄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기부문화 활성화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타인을 돕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 스스로에게도 사회의 보호막이 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대비라고 생각해요. 가족들이 기부 활동을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여기는 점에도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서울시자원봉사센터를 홍보하는 몰랑이


9. 2018년 서울시자원봉사센터의 홍보대사로 임명되면서 몰랑이로 다양한 활동을 하셨어요. 어떤 활동을 했는지 소개해주세요.


서울시 주최 봉사활동이나 캠페인에서 몰랑이 캐릭터 디자인이 들어간 기념품이 활용되면서 시민 참여가 더 활발하게 늘어났어요. 포스터나 캠페인용 이미지에도 이웃 교류, 봉사활동 장려 등이 담긴 새로운 디자인을 많이 그려 제공했습니다. 몰랑이가 서울시 자원봉사센터 캠페인 내용을 홍보하는 동작이나 소품을 그려서 전달해 드리는 것이 주요 활동이며, 저희 계정에 같이 홍보하기도 합니다. 


10. ‘몰랑이’와 함께 앞으로 해보고 싶은 활동이나 목표가 있나요?


저는 온라인 공간보다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는 체험을 좋아해요. 몰랑이 카페나 몰랑이 테마파크처럼 눈으로 보고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공간을 꼭 하나쯤 만들고 싶어요. 현재 연남동에 2년 정도 운영할 계획으로 ‘갤러리몰랑’이라는 매장을 만들어 몰랑이 관련 포토존과 미니 매장을 소소하게 꾸려서 시범 운영하고 있어요. 최종적으로는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제대로 된 공간 운영을 위한 연습단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갤러리몰랑에 있는 윤혜지 동문.


11. 캐릭터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제가 처음 캐릭터를 시작할 때만 해도 20대 이상이 즐기는 캐릭터 시장은 정말 협소했고 도전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어요. 지금처럼 캐릭터 시장이 포화상태일 때 도전하는 것은 저보다 훨씬 어렵고 힘든 시간일 것 같습니다. 되도록 내 창작물을 소비자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판단하고 고칠 수 있는 시각을 유지한다면 나아갈 방향이나 고민할 점이 더 또렷이 보일 거예요. 


한 번에 너무 많은 양을 해내려고 하지 말고, 드물더라도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는 끈기를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주변 작가님들과 이야기해보면 보통 5년 이상은 자기 그림을 어딘가에 꾸준히 올린 분들이 지금까지도 살아남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22기 김선형(정치외교학과 22), 이시진(문화관광학전공 22)

정리: 커뮤니케이션팀